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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Life - 천년의 아름다움 '전통한지'
"달빛은 아무리 바라봐도 눈이 부시지 않아요. 아무 것도 자랑하지 않는 친근한 빛으로 조용히 어둠을 밝혀요. 그 고요하고 은근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질긴 한지의 품성이 달빛과 너무 닮았어요. 우리의 마음이 순수하고 담담하고 조용해졌을 때, 한지와 같은 달빛을 한가득 길어 올려질 꺼예요. 달빛은 길어올린다고 해서 길어올려지는 것이 아니예요. 달빛은 그대로 두고 마음으로 그 빛을 보듬을 때 비로소 한 가득 길어올려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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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은 한지로 만든 장판지 위에서 태어나 한지벽지와 문창호지 안에서 생활하다 염습할 때 한지에 싸여 땅에 묻혔으니 평생을 종이와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색의 한지를 보고 있노라면 단정한 백의민족의 고결함 같고, 새색시처럼 단아하며, 우아함이 느껴진다. 또한 자연의 색으로 물들인 색한지는 마치 초례청의 신부를 보는 듯하다. 치열하고 고집스럽게 여름을 물들이며 한 겹 한 겹 정성이 장인의 세월을 겹겹이 쌓고 주목받지 못하는 자리라 해도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전통한지를 만드는 이들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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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의 한 줄기에 솟아 있는 조령산 자락에 위치한 충청북도 괴산군 연풍면 신풍리에 할아버지와 아버지 뒤를 이어 3대째 이어오고 있는 가업을 물려받아 한지 말고는 다른 일은 꿈에도 생각 못할 만큼 천직이 됐다는 안치용(충북도 무형문화재 17호) 한지장. 전통한지를 만든다는 자부심과 고집이 없으면 쉽지 않은 일이지만 흔들림 없이 한 장 한 장 연풍한지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한지는 손이 백번이나 들어가야 만들어진다는 의미에서 백지(百紙)라고 불렸을 정도로 장인의 노력과 정성으로 태어난다. 한지는 닥나무 껍질로 만든다. 닥나무를 대형 솥에 물을 붙고 수증기로 6~7시간 찐다. 쪄진 닥나무의 껍질을 벗겨 백피(백닥)로 만든 다음 볕이 좋은 곳에 말린 후 냇물에 담가 불순물을 제거하고 섬유질을 부드럽게 한다. 이 백피를 30㎝ 크기로 잘라 솥에 천연 잿물과 함께 넣고 2시간 정도 흐물흐물해지도록 삶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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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이 연풍에 자리 잡은 이유는 무엇보다 중부 내륙인 이 지역의 기후가 질 좋고 두꺼운 닥나무를 길러내기에 안성맞춤이며 한지 제작에 매우 중요한 물이 좋기 때문이다. 물이 깨끗하지 못하면 제품의 질을 떨어뜨리고 수온이 높은 물은 원재료인 닥의 섬유질을 삭게 하여 못쓰게 되기 때문이다.
이곳 연풍은 조령산에서 한지에 가장 좋다는 '해동되면서 녹아내린 얼음물'에 매우 가까운 용천수가 펑펑 솟아 나온다.
한지는 우리 민족상처럼 강인하고 부드러우며 깨끗할 뿐만 아니라 은은하고 정감이 있다.
또한 빛깔이 고와 종이나 화구용으로 조상들의 예술혼을 담는 그릇이 되어왔다. 또한 빛과 바람 그리고 습기와 같은 자연현상과 친화성이 강해 창호지로 많이 쓰였다. 한지를 창호지로 쓰면 문을 닫아도 바람이 잘 통하고 습기를 잘 흡수해서 습도 조절 역할까지 했다 그래서 흔히 한지를 살아있는 종이라 한 연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 겨레의 슬기가 듬뿍 담긴 전통한지는 최근 값싼 중국제품과 원료에 밀려 정체성 위기를 맞고 있다. 한옥이 헐리고 아파트가 들어섬에 따라 창호지는 유리와 비닐로 대치되고 한지는 안타깝게 더욱 발붙일 곳을 잃어가고 있다.
천년을 세월을 견뎌낸 우리의 한지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우리 선조들의 기술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 진정한 세계화가 아닐까.
한지와 함께한 세월 그리고 고스란히 그 세월의 무게가 내려앉은 한지. 아무리 얇다한들 이 종이 한 장의 무게가 어찌 가볍다 할 수 있을까.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에서 마지막 부분에서·지원(강수연)에게·효경(예지원)이 묻는다.
"지원씨는 우리 한지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지는 물질이라기보다는 영혼에 가까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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